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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출생률’과 ‘난임’

작성일 : 2023-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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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필자는 베이비 부머라고 하는 세대의 중앙에 태어났다. 그래서 학교에 다니면서 늘 들었던 말이 ‘산아제한(産兒制限)’이라는 용어였다. 지나치게 많은 아이를 낳아서 나라 살림이 어려우니 조금만 낳자는 말이다. 그래서 나온 표어가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였고, 어느 시절부터인가는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부럽잖다.”라는 말로 바뀌었다. 그래서 둘 이상 낳으면 야만인 취급을 받았고, 셋째 아이는 불이익을 당하기도 했다. 그 당시 이러한 표어를 만들고 그렇게 교육하도록 했던 사람들은 지금은 이미 고인이 되었겠지만, 우리나라의 미래를 망가뜨린 것만은 확실하다. 지하에서 그들은 뭐라고 변명할까 궁금하다. 예비군 훈련 갔다가 정관 수술하면 면제해 주기도 하였다. 이런저런 이유로 둘만 낳기를 권장하다가 하나만 낳도록 유도했는데, 결과는 지금처럼 암담하기만 하다. 
며칠 전에 나온 뉴스는 아주 화가 많이 날 정도로 답답했다. 뉴스의 제목은 ‘280조를 쏟아 부었는데…작년 출산율 역대 최저 0.78명’이다. OECD회원국 중 꼴찌이고, 평균의 절반에 못 미친다는 것이 뉴스의 골자였다. 뉴스를 듣고 무지하게 화가 난다. 16년 간 약 280조를 저출산 대응 예산으로 쏟아부었다는 말과, 출생아 수는 20년 전의 반 토막 수준인 25만 명 수준으로 떨어졌는 말이 뭔가 석연치 않다. 280조를 아이 낳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주고, 낳은 아이는 나라에서 키워주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쓸데없는 곳에 돈만 쏟아붓고 말았다는 말이다. 

‘난임’이라는 말의 의미는 ‘1년 간(여성의 나이 만 35세 이상은 6개월) 피임을 하지 않고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가졌는데도 임신이 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과거에는 불임이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했는데. 불임(不姙)과는 차이가 있다. 불임은 글자 그대로 아이를 가질 수 없는(불가능한) 상태를 말하는 것이고, 난임이란 임신하기 어려운 상태를 말한다. 임신할 수는 있지만 쉽지 않은 상태다. 듣자니 요즘 정부에서는 난임 시술비를 2회까지 지원한다고 한다. 도대체 2회까지만 지원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묻고 싶다. 아이를 낳기를 원하면 끝까지 지원해 주어야지 무슨 근거로 2회만 지원하고 마는가? 280조 원이면 난임 부부에게 무한정 지원하고 남는다. 뿐만 아니라 아이 낳은 가정에 1억씩 지원해도 된다. 280조를 어디에 썼는지 꼬치꼬치 캐묻고 싶은 심정이 굴뚝같다. 연구에 의하면 난임가정은 70~80%가 임신에 성공할 수 있다고 한다.

아이를 낳으면 지방정부에서 키워주어야 한다. 아이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하다. 미래에 가장 먼저 인구 소멸할 나라 중 첫 번째가 우리나라라고 한다. 그러니 불임이라고 판단한 경우가 아니라면 끝까지 지원해 주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연구비 아무리 지원해도 젊은 부부가 학원비 부담되고 우윳값 부담스러워하면 이미 아이 낳기를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지방정부나 중앙에서 지원해 주면 아이를 낳지 않을 이유가 없다. 지난 해 필자가 예체능 학원비를 지원해 주자는 주장을 했다가 선심성이라고 야단맞은 적이 있다. 나랏돈이라고 제 마음대로 쓰면 되느냐고 핀잔을 들었다. 우리나라에서 학원비가 얼마나 문제가 되면 국제적으로 뉴스거리가 되었겠는가 반문해 볼 필요가 있다. 아이를 낳기를 거부하는 부부도 있고, 낳기를 원하지만 생리적인 문제로 어려운 가정도 있다. 이러한 것들 중에는 경제적인 원인도 있을 수 있다. 아마도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예체능의 경우는 학교에서 전적으로 책임지는 것도 아니니 포퓰리즘이라 논쟁하기 이전에 아이 낳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280조 원을 차라리 이런 곳에 쓰라는 말이다. 

다문화가정의 각종 문제는 이민청을 만들어서 해결해야 한다. 이미 단군의 자손이니 순수혈통주의니 하는 주장하기에는 늦었다. 결혼이주여성이 200만 명을 넘고 있는데, 무슨 순수혈통을 논할 수 있는가? 임신한 사람은 범죄로 인한 경우가 아니면 모두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아이를 낳으면 정부가 키워주면 출생률은 저절로 높아질 것이다. 다른 것은 다 제외하고 280조를 순수하게 아이 낳은 가정, 혹은 낳기를 원하는 가정에만 제공하면 출생률은 당장 높아질 것이다. 
오늘은 필자가 흥분해서 난임에 관한 이야기만 했는데, 마무리로 한국어 공부 하나만 해야겠다. 흔히 소파(搔爬) 수술(手術)이라고 하는 것이 있다. 그 뜻이 무엇인지 모르고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우리말로 하면 ‘긁어냄술’이라고 한다. 소파(搔爬)가 ‘긁어내다’라는 뜻이다. 잘못된 임신의 경우 태아를 긁어내는 수술을 이렇게 말하는데, 소파의 뜻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서 이걸로 마무리한다. 

[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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